'검수완박 수정안' 독소조항 '동일성'의 정체
여죄·공범 수사 막는 '보완수사 동일성 제한'
이의신청·불법구금 등에만 남아…"이해 안 돼"
"경찰 편파·축소·남용 의심되면 더 철저한 수사 필요"
2022-04-29 17:39:50 2022-04-29 17:39:5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정하고, 지난 15일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지 약 2주만이다. 한 글자, 한 글자를 두고도 격론이 벌어져 그사이 조문은 수차례 수정됐다. 그 과정에서 가장 변화가 컸던 건 '보완수사의 동일성' 제한이다. 해당 조항은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처음 등장해 여야 논의를 거치며 조문에 '들어갔다 삭제되기'를 반복했다. 본회의에 올라간 최종 법안에는 이 '동일성' 조항이 대부분 삭제됐지만, 일부 남아있어 여전히 검찰 반발이 일고 있다. 
 
공범·여죄·무고·위증 수사 막는 "보완수사 동일성 제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완수사의 동일성'은 경찰이 수사해 송치 사건에서 밝혀진 '범죄사실'에서 벗어나는 범위의 수사를 검찰이 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다. 예를 들어 피의자 A가 피해자를 속여 5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범죄가 발생했을 때, 편취 금액이 5000만원은 맞는지, 피해자를 속인 것은 맞는지, 훔친 5000만원을 어디다 썼거나 숨겼는지, 피해자에게 이 돈을 돌려줄 수 있는지 등을 수사할 수 없는 것이다. 검찰은 이렇게 되면 진범·공범·범죄수익환수·위증과 관련된 수사를 전혀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해당 개념은 지난 22일 공개된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서 처음 거론됐다. 중재안에는 "검찰 시정조치 요구사건과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 등에 대해 당해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단일성·동일성이라는 개념이 적용된 사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는 데다 형법 해석 기본 원칙을 적용하면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은 "저희들이 조문을 해석할 때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라'는 기본 원칙이 있다"며 "보완수사에 동일성 제한이 있으면 사기로 5000만원을 편취한 피의자를 수사할 때 공범·범죄수익은닉 등을 수사할 때 사람도 다르고 돈 숨긴 것은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그건 '불법 수사'라고 주장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도 "형사소송법상 '동일성'은 공소장 변경 상황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 통설로 나와 있을 정도로 해석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고, 또 관련성 문제라는 것도 있다"며 "법률 전문가인 검사들도 해석하기 모호한 관련성·동일성 부분의 조문이 이렇게 돼 있어서 과거와 달리 수사 범위 내지는 기소 가능 여부 등이 공판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혐의 송치' 사건 보완수사 어렵다"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 검사(가운데)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검찰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와 국민의힘 등에서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보완수사의 동일성 제한은 일부를 제외하고 삭제됐다. 검찰청법 개정안 4조에 있던 검찰 보완수사의 '동일성' 규정을 삭제해 공범·여죄·무고·위증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열어 놓은 것이다. 조문을 다듬는 과정에서 국회 법사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로 '단일성' 조항은 아예 조문에서 빠졌다. 
 
문제는 검찰로 송치 사건 중 경찰이 '무혐의' 판단한 사건에만 보완수사의 동일성 제한이 남았다는 점이다. 사건 관계인이 이의신청한 경우에는 보완수사를 할 수 없도록 막은 것이다. 
 
이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196조 2항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 중 197조의3 6항(시정요구), 198조의2 2항(불법구금), 245조의7 2항(이의신청)의 경우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이의신청 △시정요구 △불법구금 의심으로 인한 사건은 공범·여죄·무고·위증 등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동일한 범죄사실"에서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으로 조문이 바뀌었지만 검찰은 이는 말장난일 뿐 근본적으로 똑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이의제기 사건은) 경찰의 편파수사·축소수사·인권침해·수사권 남용 등이 의심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철저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그런데도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보완수사토록 하는 것은 범죄피해자의 헌법상 재판절차진술권·평등권을 침해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도 "쉽게 말해 경찰이 죄가 된다고 판단한 것은 관련 사건을 다 수사하라고 해놓고 경찰이 이거는 죄가 안 된다고 한 사건들은 동일한 그 부분만 해라, 그러니까 확대하지 말라 이 얘기"라고 꼬집었다.
 
(자료=대검찰청)
 
검찰은 지난해 말 있었던 '수도권 청약통장·분양권 77억원 불법전매 사건'을 예로 들었다. 국토교통부의 불법전매 1건 수사 의뢰로 시작된 이 사건은 당초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한 것을 검찰 송치 요구(시정요구)해 직접 수사한 끝에 조직적 사기 및 대규모 피해를 적발할 수 있었다. 수원지검 인권보호부(부장 정경진) 수사 결과 브로커 3명과 불법전매 159건, 범죄수익 77억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부장은 "동일성 범위 내에서만 보완수사할 수 있게 되면 경찰이 무혐의처리한 불법전매 1건에 대해서만 수사·기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한 사건의 60% 정도가 기소 송치되고, 40% 정도가 혐의없음 처리된다. 혐의없음 처리된 사건 중에서 검찰이 보완수사해 연간 2000~25000건 정도가 불기소에서 기소로 바뀌어서 처리되고, 또 여기서 구속되는 인원은 연간 30여명 정도다. 
 
배성훈 대검 형사1과장은 "범죄 혐의가 복잡해 사건 난이도가 높아지거나 하면 혐의없음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동일성 제한, '별건수사 금지' 때문?… "애초에 안 했다"
 
(그래픽=배한님 기자)
 
일각에서는 보완수사 범위를 '동일성'으로 제한한 이유가 수사 공정성을 저해하는 '별건수사'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검찰은 '관련성 없는 범죄'를 수사할 때 '별건 수사'가 되는 것이지, 여죄나 공범 등 '관련성 있는 범죄'는 별건 수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배 과장은 "국민들의 머릿속엔 '별건 수사'라는 것은 사건과 관련 없는 부당한 수사라고 인식돼 있는데, 관련성 없는 것은 당연히 하면 안 되지만, 공범·추가 범행·범죄 수익 은닉 등 관련성 있는 범죄를 찾는 것을 별건 수사라고 프레임 씌워서 못 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198조에 별건수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는데, 동일성 조항까지 포함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198조에는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해서는 안 되고, 다른 사건의 수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 또는 자료를 내세워 관련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며 별건수사를 금지하도록 명시했다. 
 
검찰은 애초에 별건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한다. 이근수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주 예전에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규정이나 내부 규칙에 따라 다른 범죄를 들이밀면서 자백하도록 하는 등 별건 수사는 꽤 한참 전에 못 하게 돼 있다"고 했다. 김 부장도 "별건(관련성 없는)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는 것은 검찰과 경찰이 동일하게 인권보호수칙에 못 하게 돼 있다"며 "진범 찾고 공범 찾고 여죄 수사하고 범죄 수익 환수하는 것은 별건 수사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배한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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