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청춘들의 만남 주선 프로그램으로 내놨던 ‘서울팅’ 시범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1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늘 오전에 재검토 의견이 나와 추경과 별도로 사업 필요성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서울팅 사업이 저출생 대책 중에 작은 일부분인데 이걸로 인해 희석되는 건 아닌지 현장 의견을 더 수렴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서울시는 진행 중인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올해 추경 예산안에 서울팅 예산 8000만원을 포함시킨 상태입니다.
서울시가 재검토 의견을 밝힌 만큼 시의회 추경 심사 과정에서 서울팅 예산이 삭감되거나, 통과되더라도 사업이 동력을 잃어 불용 처리될 수 있습니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모바일 소셜데이팅 서비스 기업 이음이 싱글 남녀를 위해 개최한 이색 러닝 페스티벌 '싱글런' 참가자들. (사진=뉴시스)
미혼 남녀 고궁 탐방하며 이성 만남 구상,
서울팅은 전국에서 가장 출생률이 낮은 서울시에서 내놓은 저출생 대책으로 '서울형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로 불렸습니다.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미혼 직장인들이 ‘소상공인 기살리기 프로젝트’, ‘ESG 활동’, ‘고궁 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성 교제가 이뤄지도록 돕는 내용입니다.
성별로 120명씩 총 240명이 참여해 두 차례까지 만나는 동안 짝이 이뤄진 커플에 한해 개인정보 교환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성남시의 '솔로몬의 선택', 대구 달서구의 ‘솔로탈출 결혼원정대’, 전북 김제시의 ‘지평선 오작교 프로젝트 프랜썸-DAY’, 부산 사하구의 ‘선남선녀 만남데이’ 등이 유사한 사업입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약대 유니버시티클럽에서 열린 '두근두근 커플 만들기'에 참석한 미혼 남녀. (사진=연합뉴스)
안전장치 부재부터 사업 필요성까지 비판 거세
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청년이 많이 사는 서울시가 ‘소개팅 주선자’로 나서자 부정적인 여론이 거셌습니다.
이미 민간에서 청춘들의 만남을 위한 데이팅 서비스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민간영역까지 개입할 이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또한, 결혼을 미루거나 꺼리는 청춘들에게 필요한 건 만남의 기회보다 취업난, 부동산 폭등, 육아 부담, 과도한 경쟁 등에 대한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특히, 공공기관인 서울시가 만남을 주선하는 만큼 안전장치 부재에 대한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서울시는 재직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를 받아 이를 해결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좋은 직업이나 직장만 믿고 이성을 만나기엔 위험성도 작지 않습니다.
박강산 서울시의원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저출생의 원인을 ‘만날 기회가 없어 보이니, 관에서 좀 나서겠다’라는 관점은 동의하기가 힘들다”며 “오늘날 결혼과 출산, 육아의 고민을 안고 힘들게 살아가는 청년들이 과연 오세훈 시장에게 바랐던 정책이 서울팅이었는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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