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셀라, 100% 무증…VC 엑시트용?
무증 '착시효과'에 주가 롤러코스터
작년 무증 기업 VC 대거 엑시트…주가는 제자리
2023-07-27 06:00:00 2023-07-27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와인 유통업체 나라셀라(405920)가 상장 한달여만에 무상증자를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무상증자는 자본잉여금을 자본(주식)으로 옮기는 회계상의 변화에 불과한데요. 주가가 싸 보이는 효과가 있어 주가 변동성이 커지곤 합니다. 시장에선 나라셀라의 갑작스런 무상증자 발표가 벤처캐피탈(VC) 등 기존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위한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옵니다. 
 
상장 한달만에 무증 나선 나라셀라 '착시효과' 노렸나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나라셀라는 직전 거래일 대비 18.53% 급락한 1만398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앞서 지난 25일 나라셀라는 100% 무상증자 계획을 공시하며 주가가 상한가까지 올랐는데요. 2거래일만에 최대 43.44%의 주가변동폭을 보였습니다.
 
무상증자는 회사에 쌓인 자본잉여금으로 주식을 발행해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합니다. 회사에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 회계상의 변화에 불과한데요. 무상증자로 권리락이 발생하면 늘어난 주식 수만큼 주가가 떨어져 가격이 싸 보이는 ‘착시 효과’가 일어나 주가가 급등하기도 합니다.
 
다만 기업의 본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가는 다시 하락하곤 하죠. 지난해 무상증자로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던 HLB바이오스텝(278650)(옛 노터스), 공구우먼(366030), 엔지켐생명과학(183490) 등은 모두 주가가 무증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습니다. 올해 무증 발표로 3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엑스페릭스(317770)도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추종매매를 했던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 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주가치 제고?…VC 엑시트 목적 지적도
 
무상증자와 관련해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은 “주주가치를 높이고 주식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는데요. 시장 일각에선 나라셀라가 상장 한달여 만에 무상증자에 나선 배경에 에이벤처스 등 VC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라셀라의 2대주주는 VC인 에이벤처스로 공모 직후 지분율은 22.04%입니다. 에이벤처스는 지난해 6월 프리 IPO에서 284억원을 투자하며 지분을 확보했는데요. 프로젝트 펀드인 에이벤처스 FIRST 투자조합이 19.92%, 스마트A 온택트 투자조합이 2.12%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에이벤처스가 상장 직후 엑시트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에이벤처스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대부분이 보호예수에 걸려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라셀라가 상장 전 작성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에이벤처스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141만9302주 중 보호예수가 걸려있지 않았던 물량은 22.82%(32만3902주)에 불과합니다.
 
에이벤처스의 나라셀라 지분 매입 가격은 2만1000원 수준인데요. 상장 직후 대부분의 기간동안 매입가격을 밑돌았던 만큼, 보호예수가 없었더라도 엑시트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공모가 2만원에 상장한 나라셀라는 6월9~13일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곤 공모가 밑에서 움직였죠. 무상증자 발표 직전에는 주가가 1만2800원까지 떨어졌죠.
 
에이벤처스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대부분은 1개월 보호예수가 설정됐습니다. 전체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인 75만9703주의 보호예수가 1개월이죠. 이어 22만3798주 3개월, 11만1899주 6개월의 보호예수가 설정됐습니다. 나라셀라의 무상증자 배경에 VC 엑시트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죠.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엑시트도 결국 주가가 올라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주가가 공모가 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선 엑시트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회는 지금" VC들 대거 엑시트
 
이번 무증으로 에이벤처스는 엑시트 기회를 노려 볼 수 있게 됐는데요. 투자자들 입장에선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따른 주가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무상증자’ 테마가 기승을 부리던 당시 많은 제무적투자자(FI)와 VC들의 엑시트가 있었습니다. 무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급등하자 서둘러 지분을 매각한 거죠.
 
지난해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했던 모아데이타(288980)는 무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급등하자 아주IB투자가 지분 전량을 매도했으며, SBI인베스트먼트는 실리콘투(257720) 무증 발표한 당일 20만주를 팔았습니다. 지난해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 주관으로 대량의 실권주를 떠안았던 KB증권은 엔지켐생명과학이 무증 발표로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지분을 대거 매도했습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마땅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선 오히려 VC가 무상증자를 요구하고 싶을 것”이라며 “무상증자로 급등한 기업 주가가 급락하면 다시 회복하기 쉽지 않은 만큼 무상증자 테마를 놓치면 엑시트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나라셀라 코스닥 상장기념식.(사진=한국거래소)
 
박준형 기자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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