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건설현장에서 폭염기 온열질환 사망재해는 예고된 죽음”이라며 “실효성 있는 폭염대책을 법제화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때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데 대해, 현장에서 건설노동자 10명 중 8명 이상은 휴식 없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건설노조는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서 보내는 폭염 시 야외활동 자제에 대한 안전문자를 관리자들도 받을텐데 건설현장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매번 허울뿐인 폭염대책만 마련하지 말고 산업안전보건법에 폭염기 옥외작업 온열질환 대책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정부가 폭염대책을 법제화하지 않고 권고사항으로만 두고 있는데, 어떤 사용자가 폭염대책을 스스로 내놓고 현장에 적용하겠냐”며 “건설 현장의 온열질환 사망재해는 고용노동부의 미필적고의가 빚은 참사”라고 했습니다.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기자회견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폭염대책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사망재해자 29명 중 20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7월에만 5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온열재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특보(체감온도 33도 이상) 발효 시 노동자들이 1시간에 10~15분씩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오후 2~5시에는 옥외작업을 최소화하는 내용의 ‘온열질환 예방지침’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폭염대책 법제화 필요”
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이 지침이 권고사항일뿐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건설노조가 지난 1~2일 이틀간 토목건축 노동자 32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때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한 것과 관련한 사항이 지켜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2424명) 중 1981명(81.7%)이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또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10∼15분 이상 규칙적인 휴식을 취한다는 응답은 25.4%에 그쳤습니다. 응답자 54.7%는 ‘재량껏 쉬고 있다’고 했고, 19.9%는 ‘쉬지 않고 봄·가을처럼 일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보건조치)에는 ‘고온’ 규정, 하위 법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고열’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규정에 ‘폭염기 건설현장 옥외작업’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강한수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작년만 해도 열에 넷 정도의 현장에선 폭염 시 작업중지가 있던 반면, 올해엔 열에 두 현장도 안 되게 작업중지를 못하고 있다”며 “건설경기 침체로 노동환경이 더 악화된 가운데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권고가 아닌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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