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1분기 9년 만에 적자 전환한 데 이어 2분기도 적자폭을 키울 것으로 보입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조달 비용이 커지진 데다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대손충당금 비용도 늘어난 영향입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부실채권 매각이 본격화하는 3분기부터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1일 전국 79개 저축은행 2분기 실적이 공시되는 가운데 업계 합산 적자액이 6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분기 합산 당기순손실액인 597억원보다 큰 규모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먼저 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들에서 먼저 감지됐습니다.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 계열 저축은행들의 2분기 순손실액은 110억원으로 1분기 순손실액 66억원보다 40억원 넘게 늘었습니다.
KB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의 실적은 1분기보다 악화했습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적자액은 1분기 77억원에서 2분기 183억원까지 커졌습니다. 흑자를 기록한 곳도 실적이 마찬가지입니다. 신한저축은행의 순이익은 1분기 105억원에서 2분기 65억원으로 하나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16억원에서 10억원으로 흑자 규모가 줄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고금리로 예치한 예금 탓에 그동안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했다"며 "원가 자체가 너무 올라 있어 대출을 해봐야 남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3.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조달 비용은 줄지 않는데 대손충당금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진 상태입니다. 고금리 여파로 연체율이 오르고 건전성 지표가 악화됨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대폭 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3분기 실적은 개인 신용채권 매각 협의 진행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통 분기말에 연체율 개선을 위해 채권 매각이 적극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 이제 막 개인 신용채권 매각 통로가 민간 NPL 투자회사까지 확대돼 가격이나 규모가 조율 중"이라며 "3분기 경 누적된 부실채권 소화가 이뤄지면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에서 수익이 나지 않았을 뿐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괜찮아 관리 가능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저축은행 규모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뚜렷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 저축은행은 실적 개선에 성공하더라도 중소형 저축은행의 적자폭이 더 커져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사는 담보채권 등을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해 M&A 규제가 완화됐지만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며 "금리가 인하되지 않는 한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별다른 탈출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저축은행 앞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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