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017670)이 인공지능(AI) 컴퍼니 도약을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낼지엔 물음표가 찍힙니다. '모두를 위한 AI(AI for Everyone)'를 통해 숙원사업인 탈통신을 이루고 빅테크의 독주를 깨겠다며 기업들과 연합전선을 확대하면서도, 정작 연구개발(R&D) 투자엔 여전히 인색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내외 빅테크들이 AI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R&D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과 대비됩니다. 자칫 지지부진한 R&D 투자로 AI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SK텔레콤은 AI 연합전선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K-AI 얼라이언스를 비롯해 글로벌 통신사들과 AI 동맹을 맺은 것을 비롯해 AI 서비스업체 스캐터랩, 미국 생성형 AI기업 앤트로픽 등에 투자를 단행했고, AI컨택센터(AICC) 개발사 페르소나에이아이의 3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만큼 다양한 기업들의 기술과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AI 조직도 키웠습니다. 지난 상반기 기존 에이닷추진단을 AI서비스사업부와 글로벌AI테크사업부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그러나 AI 연합체에 적극 나서는 것과 달리 기술 근간을 위한 R&D 투자에는 인색한 모습입니다. 반기보고서를 보면 SK텔레콤은 상반기동안 R&D 비용으로 1730억4000만원을 집행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억원 정도 줄어든 수준이며, 매출액 대비로는 1.99%에 불과합니다. 연간 기준으로 살펴봐도 매출액 대비 2% 선에서 R&D 투자비용으로 집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매출액 대비 2.23%를 R&D에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2.16%에 그쳤습니다.
SK텔레콤은 "회계기준상 R&D를 따로 뽑고 있지만, 연간 조단위로 투입되는 설비투자(CAPEX)에도 AI 기술개발 실적이 들어간다"며 "단순히 R&D 투자 수치만 보고 AI에 대한 투자를 논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가령 네트워크 관리센터에 AI기술을 투입해 네트워크 관리를 고도화하거나 기지국 전력 사용량을 낮추기 위해 AI가 활용되는 등 설비투자 측면에서도 AI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 비용은 R&D와 별개로 취급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통신사의 R&D는 설비투자 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은 업계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입니다. 산업 특성상 설비투자가 기술개발과 직결된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다만 설비투자 자체를 신사업의 R&D와 연계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통신사들의 설비투자는 기존 통신과 방송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AI 사업 방향성이 연구개발보다는 전략적 M&A에 포커스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당장 원천기술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기술이 있는 기업과 합을 이루는 것"이라며 "SK텔레콤이 AI 타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평가했습니다.
AI 연합전선을 늘리는 것이 SK텔레콤의 사업전략일 수 있지만,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빅테크들이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늘리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내 기업만 봐도
NAVER(035420)(네이버)는 SK텔레콤보다 매출이 절반 수준이지만, R&D 투자비용은 5배가량 많습니다. 상반기 기준 네이버는 별도로 기재되는 설비투자 비용을 제외하고 총 9649억5300만원을 R&D에 투입했습니다. 매출액 대비 20.55%입니다. 앞서 2021년에는 매출액의 24.28%를, 지난해에는 22%를 R&D에 투입했습니다. 24일 초거대 언어모델(LLM) 하이퍼콜로바X도 선보이면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강조한 부분도 바로 R&D입니다.
글로벌 빅테크들도 AI 주도권 확보를 위해 R&D 투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지난해 395억달러(52조원) 규모를 R&D에 투자했습니다. 매출액 대비 14% 수준입니다. 매출액 대비로는 네이버보다 낮지만, 절대 금액은 세계 톱입니다. 독자적 LLM 라마를 선보인 메타도 R&D 투자를 대폭 늘렸습니다. 지난해 메타의 연간보고서를 보면 353억3800만달러(46조7300억원)를 R&D에 투자했습니다. 전년 대비 43% 늘어난 수준으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3%입니다.
업계에서는 지난 10년간 탈통신을 외쳤던 통신사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꾸준한 R&D 투자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빅테크 기업들처럼 전략적 제휴를 하면서 R&D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사업의 본질은 다르지만 중국 화웨이의 경우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지난해 통신장비 1위를 지켰습니다. 내수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을 키운 근간으로는 꾸준한 R&D 투자가 거론됩니다. 유럽연합 R&D스코어보드 통계를 보면 화웨이의 2012년 R&D 투자는 43위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4위를 기록했습니다. 10년동안 늘어난 R&D 비용은 6배에 달합니다. ICT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뿐 아니라 국내 통신기업들이 탈통신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근간에 통신이 자리한 것은 신산업에 대한 기술투자가 약한 것도 이유로 볼 수 있다"며 "AI서비스가 통신의 부가서비스로 전락되지 않도록 전략을 짤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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