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김보연 기자]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발생한지 12년 만에 첫 저축은행 파산 종결 사례가 나오면서 그간 부실 정리 성과와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사태는 IMF 위기 이후 금융사가 망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각인시키면서 금융권에 큰 생채기를 남겼는데요. '부실 기관' 꼬리표를 완벽히 떼지 못한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또 다시 기로에 서있습니다.
30곳 영업정지 초강수…피해자만 10만명
저축은행 사태는 지난 2011년 1월 14일 삼화저축은행 부실기관 지정을 시작으로 저축은행이 연속 영업정지를 받은 사건을 말합니다.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에 이어 2월에는 부산 계열 3개 저축은행과 대전·보해·전주·도민 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를 받으면서 사태가 확산했습니다.
부실이 심상치 않자 금융감독원은 같은 해 7월, 당시 85개였던 저축은행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9월까지 경영진단을 실시한 결과 제일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되고, 영업정지를 당했습니다. 해가 바뀐 이후에도 추가로 8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가 내려졌습니다. 부실사태가 시작된 2011년 이후 5년간 파산한 부실 저축은행만 30곳에 달했습니다. 예금보험공사는 파산관재인으로 파산 절차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금융당국이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2011년 2월21일 하루동안에만 전국 저축은행에서 무려 예금 약 4900억원이 인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예금자보호 한도액 5000만원 이상 예금을 보유했던 예금자들과 후순위채권을 매입한 고객들도 피해를 봤습니다. 추산 피해자만 10만명에 이릅니다.
부동사 PF 대출 부실 '도화선'
저축은행 사태의 도화선은 부동산 PF 부실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 구조가 재편되며 저축은행은 지역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이 줄어들고, 부동산 PF 대출과 같은 고위험 자산 투자를 확대했습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은 47.9%, PF 대출은 18.9%로 국내 금융권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요. 당시 기준 최근 3년간 평균 수신 증가율은 은행이 6.5%, 저축은행은 13.4%로 차이가 났습니다. 대부분의 부동산 PF 대출이 저축은행에서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2011년 2월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의 경우 PF대출 비중이 약 70%에 달한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저축은행의 주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PF 여신이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으며 대규모 리스크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그리고 PF 대출의 건전성이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2011년 그 해에 16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습니다.
예금보험공사는 31개 부실저축은행에 대해 파산관재인으로 파산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위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대한 대규모 자금 투입을 위해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을 설치했는데요. 저축은행 부실 사태 수습을 위해 특별계정으로 마련한 27조200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12년이 훌쩍 지났지만 공적자금 회수율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예보는 지난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31개 파산저축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중 50.86%인 13조8185억원을 회수했습니다. 당시 '부실의 온상'으로 지목 받은 저축은행업계는 여전히 주홍글씨를 떼지 못한 모습입니다. 최근 들어 다시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 부실 문제가 화두가 되면서 제2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회사 파산절차 진행 및 종결 추진 흐름 (그래픽=뉴스토마토)
연내 도민·한맥 파산종결…"2026년까지 마무리"
예보는 연말까지 도민저축은행과 한맥투자증권에 대한 파산절차가 완료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도민저축은행에 대한 최후 배당이 춘천지방법원에서 이뤄질 계획인데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도 연내 한맥투자증권에 대한 최후 배당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후배당은 곧 파산절차가 종결됐음을 의미합니다. 법원에서 재단에 대한 파산 선고가 내려오면 예보가 파산관재인으로서 파산 재단에 있는 자산들을 매각하거나 처분하면서 현금화를 진행합니다. 이에 대한 배당이 이뤄진 후 추가 소송 등 종결에 있어 장애요인을 해소해 자산을 정리하면 최후 배당이 이뤄지게됩니다.
예보 관계자는 "보유 자산 현금화 단계에 돌입한 저축은행은 삼화저축은행 등 21곳"이라며 "대출채권·PF대출 등 특수자산 회수, 부동산·선박·유가증권 매각 및 은닉재산 환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보는 이번 한주저축은행 파산 종결을 시작으로 추진 속도를 높여 오는 2026년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현재 관리 중인 35개 파산재단 종결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다만 주요 파산 원인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었던 만큼 자산 회수 및 매각에 있어 소송 진행 과정에서 권리관계가 복잡하거나 처분이 곤란한 자산 등 장애 요인들이 있어 법적 분쟁 해소 등에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맥투자증권 사무실 이미지.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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