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국내 은행들이 금융당국 규제 강화 분위기에 맞춰 가계대출 문턱을 더욱 높일 전망입니다. 특히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 심사 역시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올해 3분기 동향과 4분기 전망을 담은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4분기 가계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11로 3분기보다 9p 낮아졌습니다.
총 204개 금융사의 여신 총괄책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는 신용위험, 금융기관 대출태도, 대출수요에 대한 평가를 가중평균해 100과 -100 사이 지수를 산출하는데요. 지수가 음수면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양수일수록 문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차주별로 살펴보면 가계 주택 대출은 -11로 11이었던 지난 분기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7분기만에 마이너스 전환으로 대출이 엄격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가계대출 증가 주범으로 50년 주담대를 지못하며 50년 만기 대출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산정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하는 내용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가계일반(주담대 외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에 대한 시중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 역시 -6을 나타내면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습니다.
은행들이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려는 건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해섭니다.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 대출 모두 증가한 데다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대 등으로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가 시급해져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신용위험은 채무자 또는 채무기업이 자금 부족으로 상환해야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을 때 발생하는 위험을 말하는데요.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국내은행이 가계에 대해 평가한 신용위험지수 전망은 25로 31이었던 지난 분기와 비교해선 낮아졌지만 여전히 플러스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대출은 31로 지난 분기 28보다 소폭 상승했습니다.
특히 가계대출 금리(잔액 기준)는 지난 2021년말 연 3.01%, 2021년말 연 4.66%, 지난 8월말 연 5.03%로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16%, 0.24%, 0.38%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업의 신용위험은 건설업과 숙박음식업 등 일부 업종 및 영세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높은 신용 위험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신용위험지수가 양이면 신용위험 증가를 의미하며 향후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기준치는 대출태도지수와 같습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사, 보험사 등 비은행권의 경우 모든 업권에서 높은 대출 문턱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업권별 세부 대출태도지수를 보면 △저축은행 -22 △상호금융 -30 △신용카드사 -14 △생명보험회사 -9 등 모든 업권에서 마이너스를 보였습니다.
비은행권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이유는 조달금리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 증대와 연체율 상승 등으로 수익성과 대출건전성 저하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 8월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6.59%로 지난해 8월 2.92%보다 2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앞을 지나가고 있는 시민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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