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최종 승소 판정을 내린지 5년이 지났지만, 일본 전범기업들은 사죄는커녕 법원의 배상 명령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피해자들과 지원단체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했지만, 대법원이 1년 6개월째 판결을 미루고 있습니다.
배상 판결 5년…달라진 것 없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이날은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에게 대법원이 배상 명령을 내린 지 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대법원은 2018년 '일본 전범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현재 대법원에는 미쓰비시중공업 상표권 2건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이 계류 중입니다. 대법원이 미쓰비시 자산에 대한 최종 압류를 결정하고 고등법원에서도 매각 명령이 내려진 사건이지만 일본의 항고·재항고로 인해 판결은 1년 8개월째 멈춰있습니다.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미쓰비시 자산에 대한 압류 결정 후 항고, 재항고, 대법원 압류 확정, 압류 자산 매각 명령, 항고, 재항고에 이르기까지 일본 전범기업은 한국 사법 체계를 놀잇감으로 삼아왔다"며 "오랜 소송 끝에 힘겹게 승소해도 판결문이 휴지 조각 취급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는 대법원이 윤석열정부의 눈치를 보거나 전범기업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뒤집힌 대법원 판결, 차기 대법원장에 달려
2018년 대법원 판단으로 일본의 반발이 거세자, 윤석열정부는 지난 3월 강제동원 '해법'이라며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습니다. 일본 전범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한국 정부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대신 지급한 뒤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대위변제' 방식입니다.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한국 법원이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는 데다, 일본 정부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됐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3자 변제안 마련의 배경입니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일본의 사죄는 무시하고 오로지 '배상금 지급'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입니다. 따라서 현 정부가 일본의 눈치를 보고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재인정부 때 일본 전범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사실상 윤정부가 제3자 변제 해법으로 뒤집은 겁니다. 최근 전국의 지방법원들이 잇따라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금 '제3자 변제' 공탁을 거부하며 판단은 다시 대법원의 몫으로 갔습니다.
따라서 강제징용 해법 관련, 두 달 때 대법원장 공석 사태를 맞고 있는 대법원의 판단이 중요해졌습니다. 현재 대법원장 후보자인 조희대 전 대법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을 때 찬성 의견에 섰던 인물입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판결을 보류하고 있는 대법원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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