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간 채무보증 급증…해외 배터리 투자 탓
4대그룹 중 SK그룹 채무보증 1년새 39% 급증
배터리 관련 계열사에 보증 집중…IPO 지연된 원인 등
상호출자제한집단 채무보증 금지되나 해외법인은 제외
금융조달비용 상승해 해외 보증 쏠림 우려
2023-12-04 06:00:00 2023-12-04 0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그룹의 계열사간 채무보증이 1년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로 이차전지 관련 계열사에 집중돼 해외 배터리 투자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상호출자제한집단은 법적으로 계열사간 채무보증이 금지되나, 해외법인은 규제서 빠져 요즘처럼 금융조달이 어려울수록 쏠림이 심해질 것도 우려됩니다.
 
 
4일 각 그룹에 따르면 SK그룹의 계열사간 채무보증금액은 3분기말 기준 19조36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39.5% 증가한 수치입니다. 채무금액잔액도 전년보다 39.7% 늘어난 15조426억원을 찍었습니다.
 
배터리 소재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폴란드 및 중국 법인 등에 제공한 채무보증금액이 1조원을 넘고, 배터리 제조사인 SK온은 미국과 헝가리, 중국 법인 등에 약 9조원의 채무보증을 제공하며 해외투자가 집중된 게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그 속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배경으로 역시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는 다른 그룹들은 채무보증이 감소해 상대적으로 SK그룹이 부각됩니다. 삼성이나 LG그룹 등이 배터리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유가증권시장 상장 등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한 반면, SK온의 흑자전환 및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서 해외 보증채무에 의존하게 된 현상으로 분석됩니다. 지주회사 SK만 봐도 3분기 별도기준 총차입금 규모가 11조222억원으로 그 중 1년내 갚아야 하는 유동성차입금 비중이 41.7%를 차지하는 데 비해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 규모가 약 3360억원에 그쳐 채무관리가 위험수준입니다.
 
삼성그룹은 채무보증금액이 약 39조원으로 4대 그룹 중 압도적이지만 채무금액잔액은 8조7501억원으로 SK그룹 15조426억원보다 작습니다. 또 현대차그룹은 채무보증 규모와 채무잔액이 각각 8조3782억원, 6조1073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 12.5%씩 감소했습니다. LG그룹도 채무보증금이 12조8357억원으로 4.1% 줄었고 채무잔액은 7조4692억원으로 0.9% 소폭 감소했습니다.
 
본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할 목적에서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을 금지합니다. 하지만 해외법인은 규제에서 제외되고 국내법인도 산업합리화나 국제경쟁력 강화 차원에선 예외가 허용됩니다. 자연히 요즘처럼 회사채 조달비용이 상승했을 때는 보증이 쉬운 해외 채무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해외법인이 부실화될 경우 그룹 내 보증 부담이 커질 것도 우려됩니다. 또 해외 대출이 쉬울수록 국내 투자유인이 감소할 부작용도 생깁니다. 국내 계열사에 대해선 채무보증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TRS 거래가 문제시 됐는데 아직까지 감독당국이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한편, 재계는 최근 채무보증을 포함한 대규모기업집단 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계열사간 채무보증은 자산 규모로 정해지는 상호출자제한집단만 아니면 법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측의 주장입니다.
 
이재영 기자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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