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윤민영·김수민 기자] 2023년 올 한 해 검찰의 수사는 ‘이재명’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될 만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혐의 입증에 집중됐습니다.
헌정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1야당 대표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였던 만큼 부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수사’에 가려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의 강한 의지 아래 각종 ‘서민·민생 범죄’를 엄단하고자 노력했던 해라는 평가도 받습니다.
대검찰청 전경. (사진=뉴시스)
①대장동·백현동·대북송금…이재명에 집중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1월과 2월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으로 이 대표를 두 차례 소환했습니다. 검찰은 2차 소환 후 ‘4895억 배임’·‘133억 뇌물’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헌정사상 최초의 구속영장 청구입니다.
현역의원으로 불체포특권을 가진 이 대표였기에 영장실질심사 여부를 위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됐습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이탈표가 대거 나오면서 찬성139·반대138표를 받아 간신히 부결을 받았습니다. 검찰은 다음 달인 3월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8월에는 서울중앙지검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9월에는 수원지검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소환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원지검으로부터 대북송금 의혹을 넘겨받은 뒤 한꺼번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은 대장동 때와 달리 찬성149·반대136표로 가결됐습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지만 구속영장은 기각. 결국 검찰은 10월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합니다.
그 사이 대장동·위례 개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첫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지난달에는 해당 재판에 백현동 사건이 병합된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 대표는 내년 1월 위증교사 혐의로 처음 법정에 섭니다.
이 대표를 둘러싼 대부분의 사건이 재판에 넘어갔지만, 검찰과 이 대표 간 대결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사법리스크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백현동 사건이 먼저 기소되면서 대북송금 관련 기소가 남은 상황입니다. 이 대표의 대장동 배임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혐의인 ‘428억원 약정 의혹’도 아직 수사 단계입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②‘대선개입 여론조작’ 수사…언론 옥죄기 우려
서울중앙지검이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까지 꾸리며 수사를 확대한 이른바 ‘윤석열 가짜뉴스’ 사건.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유력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허위 인터뷰와 보도 공모했다는 의혹입니다.
검찰은 당시 불거진 대장동 의혹의 중심을 이재명 후보에서 윤석열 후보로 돌리기 위한 여론 조작 사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보도는 ‘대검 중수부장이던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의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내용입니다.
이후 검찰은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강제수사를 강행했습니다. 뉴스타파, JTBC, 경향신문, 뉴스버스, 리포액트의 사무실 및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언론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미국과 프랑스 등 외신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민주주의 훼손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9월14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 압수수색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③전세사기·보이스피싱 등…민생범죄 대응 수위 강화
“민생범죄 해결했던 총장으로 남고 싶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입니다. 검사 출신 대통령 취임한 이후 검찰 조직이 유독 정치 관련 사안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비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 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부터 구성원들에게 ‘민생침해범죄’, ‘디지털 성범죄·성폭력·스토킹범죄’ 등을 적극 대응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서민을 울리는 ‘전세사기·보이스피싱·불법사금융’ 등의 범죄에 대해 범죄단체 혐의를 적용해 가중처벌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아울러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해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완료돼야 수사의 종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지난해 7월 검찰·경찰·국세청 합동수사단이 출범한 이후 범죄피해 규모가 2021년 7744억원에서 지난해 5438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이달에는 보이스피싱범 역대 최장기형인 징역 35년형 선고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당시 총장 직무대리)가 2022년 7월2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현판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④직권재심으로 4·3, 5·18 피해자 구제
검찰은 올해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는 데에도 애썼습니다. 지난 15일 대검에 따르면, 검찰로 한 통의 감사 편지가 옵니다. 발신인은 조익문 광주교통공사 사장. 그는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잡아준 대한민국 정부와 귀 검찰청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조 사장은 43년 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원석 총장이 지난해 5월 전국 검찰청에 5·18 관련 피해자들의 신속한 명예회복과 권리구제를 지시한 후 42년만에 ‘죄가 안됨’ 처분을 받은 겁니다. 조 사장을 포함해 총 182명이 직권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군검찰 등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94명이 ‘죄가 안됨’ 처분으로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이 총장은 취임 후 4·3 사건의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해서도 직권재심 청구 확대를 지시했습니다. 그로 인해 일반재판 수형인의 경우 50명 중 40명이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조익문 광주교통공사 사장이 보낸 편지. (사진=대검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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