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현재의 기형적인 ‘2인 체제’의 방통위를 유지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다만, 김 후보자는 5인 체제의 복원에 대해 국회로 공을 넘겨 ‘합의제’ 기구로서의 방통위가 정상화될지 이목이 쏠립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후보자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2인 체제 방통위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현재 1인 체제의 방통위는 정상이 아니지만, 여러 현안이 있기 때문에 2인 체제로도 해야 할 일은 할 수밖에 없다”라며 “2인 체제 방통위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심의·의결은 법률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0일 서울고등법원이 방통위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하고 후임 이사를 임명한 것과 관련해 임명 처분 집행을 정지하며 방통위 2인 체제에서의 의사 결정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배치되는데요. 당시 재판부는 “현행법상 방통위는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해 5명으로 구성해야 한다”라며 “단 2명이 내린 결정을 유지하는 건 입법 목적을 해칠 수 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발언에 반발하며 경고했는데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김 후보자는 방통위 설립 취지를 무시한 채 2인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는데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탄핵된 주된 사유가 이것이라는 것을 유념했으면 좋겠다”라며 “또 다시 2인 체제로 중요한 결정, 방송사 매각이나 사유화를 결정한다면 절대로 가만있지 않고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뉴시스)
방통위는 5인의 위원을 정원으로 하는 합의제 기구입니다. 현행법상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8월 국회 추천 몫인 김효재·김현 위원이 퇴임하고 대통령 추천 몫 이 전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2인 체제’가 유지됐는데요. 야당이 최민희 내정자를 추천했지만 약 8개월간 대통령 재가를 받지 못해 임명되지 못했고, 결국 사퇴했습니다. 이 같은 2인 체제에서 방통위는 KBS 이사 및 감사 임명, 방문진의 이사 임명 및 해임 등을 의결해 ‘방송장악’이란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 김 후보자는 “방통위는 5인 합의제 기구이고 국회에서 5인 체제를 만들어 주시면 합의제 본래의 취지를 받들어 근무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방통위가 조속히 5인 체제로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요. 다만, 앞서 최 내정자 사태처럼 야당 추천 몫을 임명하지 않고 여당 몫만 임명해 3인 체제로 정부 여당의 입맛에 맞는 의결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에 적격한 위원장 임명부터가 방통위 정상화로 가는 길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안형환 전 방통위 부위원장은 “5인 체제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5인 체제가 바람직하고 방통위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현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통위 설치법에 위배됨이 없고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위원장이 와야 하는데 방송·통신 전문성도 없고 방송장악 우려가 있는 인사가 위원장이 되면 방통위의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또 대통령이 국회에서 추천한 사람에 대해서 절차를 거쳐 임명하는 등 국회 존중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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