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회의가 연거푸 무산되면서 우리나라 방송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시민단체는 현 정권이 두 기관을 언론 장악과 통제의 수단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사진=방심위)
4일 방송계에 따르면 전날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을 다루기로 예정됐던 방심위 회의가 여권 위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습니다.
방심위는 이날 “회의 소집을 요청한 위원 외 4인 위원이 예정된 일정이 있어 부득이 회의 참석이 어려움을 밝힘에 따라 금일 회의가 개최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는데요.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했다는 청부 민원 의혹을 안건으로 다루려 했지만 4대 3의 여권 우위 구도 속에 결국 불발된 것입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31일 방통위도 전체 회의를 열고 지상파 3사 UHD 및 지역 민방 등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 심사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지만 당일 취소했습니다. ‘심사 시간 부족’이 이유였는데요. 이날로 허가 유효 기간이 만료돼 김홍일 방통위의 최우선 처리 현안으로 꼽혔지만 결국 매듭이 지어지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초유의 상황을 두고 여당은 “이동관 전 위원장의 반헌법적 탄핵 때문”이라며 야당에 화살을 돌렸고, 야당은 ‘김홍일 위원장의 무리한 임명 등이 원인’이라고 맞서고 있는데요. 특히 방통위는 ‘2인 체제’의 위법성 여부 문제가 상존해 있어 향후 각종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시민단체는 부적격자의 위원장 임명이 두 기관의 파행 운영을 야기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제대로 자격과 자질을 갖추지 않은 부적격자들을 위원장으로 임명해 두 기관을 언론 장악과 통제의 수단으로 전락시킨 정권의 반민주적 운영에서 비롯됐다”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방통위는 방송통신 진흥과 미디어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적 규제 기관이고, 방심위는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는 기구인데 그 역할은 안하고 공영언론 공영방송 탄압에 앞장서는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는데요. 이 같은 파행 상황 해결을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가족·지인을 동원해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관련 민원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해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신 사무처장은 류 위원장의 ‘청부 민원’을 두고 “더 이상 시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질타했습니다. 그럼에도 류 위원장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기대하긴 어렵기에 법적 대응을 포함해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부적격을 넘어 불법행위를 하는 범죄자로 당장 수사를 받아야 할 류 위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당장 해촉해야 한다”라며 “국회 역시 국정조사 등을 비롯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류 위원장은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해 민원인 정보 유출은 중대한 범죄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요.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이번 사안은 스스로 ‘공익제보자’라 참칭하는 자가 ‘진정한’ 공익제보자들의 ‘보호돼야 할’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해 국가 민원 기관의 신뢰를 뒤흔든 중대범죄”라며 “’진정한’ 공익제보자들의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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