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태영 대주주 압박…일각선 자금추적 가능성 거론
'자금용도 외 유용' 등 조사 할수도
2024-01-08 15:42:41 2024-01-08 18:34:21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허접한 자구안을 두고 공분이 커지자 금융권 안팎으로 추가 자구안 마련을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채권단이 동의할 만한 추가자구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금감원이 태영건설 관련 허위 공시와 분식회계 등 법규 위반 혐의에 대한 계좌추적권 발동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는 태영그룹 오너일가에 대한 자금흐름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어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자금용도 외 유용' 등 조사 무게 
 
금감원은 자본시장법 등 법규 위반 혐의가 있으면 필요한 경우 자금흐름 내용을 통상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데요. 금감원이 자금의 용도 외 유용, 의심되는 금융거래 등에 대해 계좌추적권을 발동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항은 아닙니다.
 
금감원이 태영건설의 허위 공시와 분식 회계 의혹과 관련해 포괄적으로 계좌추적권을 발동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영장을 발부받아야 계좌를 추적할 수 있지만 금감원은 계좌추적권이 있어 영장 없이도 가능합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8일 기자와 만나 "채권단에서는 SBS 지분을 포함해 티와이홀딩스 지분까지 태영 측이 내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태영측이 (자구안 마련에) 끝까지 소극적이라면 국민여론도 뒷받침하는 만큼 검찰과 공조에 나설 수 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시장에서 '대마불사' 믿음이 퍼져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태영에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으니 계좌추적권 발동 등 고려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고 말했습니다.
 
지난 4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1133억원을 대여한다고 공시했는데 실제 400억원만 지원이 이뤄진 데 대해 허위 공시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공시 의무 위반에 대해선 다양한 위규 건에 대해 향후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후 채권단이나 주주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금감원측은 표면적상 당국의 기업구조조정 직접 개입에는 부정적입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그만한 힘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정공법이 아닌 방식으로 상황을 타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몇몇 기업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감원이 채권단 등에 압력을 행사하면서 감사원 지적을 받은 바 있는데요. 이 부분을 걱정하는 뉘앙스입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르면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대한 지원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이견이 발생하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가 결정하고 금융감독당국은 관여할 수 없습니다.
 
당국·채권단 "추가 자구안 필요"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그룹 측이 워크아웃 신청 당시 제출한 4가지 자구계획에 대해 이행 약속을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태영그룹이 채권단과 합의했던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입니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금융당국·대통령실까지 나서 압박하자 태영 측은 4가지 약속을 모두 지키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날 나머지 890억원도 태영건설에 입금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워크아웃 성공의 관건은 태영 측의 추가 자구안에 쏠리는 분위기입니다. 태영그룹은 아직까지 추가적인 자구안이나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계획 등은 내놓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태영그룹은 채권단이 추가로 요구한 지주사 지분 담보 제공과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운영 자금 확보 등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등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최근 진행 상황을 논의했습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기존안에 추가 자구안이 나와야 워크아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은 관게자는 "태영건설이 원래 제시했던 4가지 노력을 조속히 이행할 뿐 아니라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최근 진행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춘섭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 (사진=뉴시스)
 
"오너일가 사재 출연 나와야"
 
이미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상황에서 태영그룹이 사재 출연 등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구체적인 자구안을 추가로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윤석민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33.7%)도 담보로 내놓아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역대 구조조정에서 오너들은 그룹 지분을 담보로 채권단의 신규 자금을 지원 받아 왔습니다. 이와 함께 태영건설이 버틸 수 있는 운영 자금도 내놓아야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소 5000억원의 현금 운영 자금 확보인데요. 지난해 매출 2조5000억원의 20% 수준입니다.
 
사주 일가의 추가 사재 출연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태영의 자구안 발표 전 업계에서는 사재 출연 규모가 3000억원까지 언급됐으나 실제 규모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사주 일가가 현재까지 출연한 사재는 총 484억원으로 중복되는 금액 등을 빼면 실제로는 68억원 정도로 평가됩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태영 측이 처음 약속한 4가지 자구안을 지키지 않으면서 정부와 협상을 하다가 워크아웃 불발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제 4가지는 기본으로 지켜야되는 상황이 됐고 추가 자구안 여부와 내용이 워크아웃 개시 여부의 핵심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태영건설의 허위 공시와 분식회계 등 법규 위반 혐의에 대해 계좌추적권을 발동할지 주목된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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