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9일 국회를 통과하자 유가족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되면서 여야 합의를 이뤄낸 법안은 아니지만, 1년 넘게 더위와 추위를 견디면서 서울광장 분향소와 국회 농성장을 오가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통과를 외친 유가족들의 염원은 간절했습니다. 무더위에도, 눈이 내리는 날씨에도 자녀의 죽음을 밝힐 수 있도록 외치고 또 외쳤습니다.
특별법 통과 농성을 위해 국회 앞에서 텐트를 치고 눈물겨운 시간을 보낸 유가족들은 특별법 통과는 진상규명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유가족, 특별법 통과에 눈물겨운 호소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책임자에 대한 처벌,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특별법 통과는 더욱 의미있다는 평가입니다.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하루도 편히 쉬지 못했습니다.
함박눈이 내리는 오늘도 쉬지 않고 '특별법 신속 본회의 통과'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 특별법 촉구에 앞장섰습니다.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후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으로 감사하고 고맙지만 마지막까지 여당이 유가족을 외면하는 모습을 봐 마냥 기쁘진 않다"라며 "159명의 아름다운 청춘의 희생은 정쟁이될 수 없다는걸 분명히 하고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막는다면 유가족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진상규명의 첫 걸음이 돼 감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8일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촉구'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민주당, 수정안 강행
국회는 이날 오후 2시에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처리했습니다. 여야의 이견이 상당했던 탓에 민주당의 단독 표결로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앞선 의원총회에서 표결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만큼 법안 상정 직전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섰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방청을 하던 유가족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오열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의 단독 표결로 특별법은 통과됐습니다. 법안이 가결된만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수사 속도는 빠르게 진행될 전망입니다.
'특별법', 지난해 4월 발의…특조위 두고 여야 갈등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해 4월 발의된 이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으로 지정돼 8월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하고 지난 11월29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면서 난항을 겪어 왔습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2월22일 특별법을 단독 처리하려했습니다. 그러나 여당의 반발로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단독 처리를 미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여야의 협상이 지지부진해졌고, 특별법 처리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최대 쟁점은 특조위 구성이었습니다. 김 의장은 특위 구성을 전제로 특검 요구 권한을 없애고 4월 총선 이후로 법을 시행토록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국힘은 특위 구성이 포함됐다고 지적하며 마지막까지 중재안을 거절했습니다.
특별법은 진상 규명을 위해 별도의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필요하면 특별검사 수사도 국회에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별법의 통과로 이태원참사의 진상규명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9일 국회 본회의 전 특별법 통과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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