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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 10일 18:2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태영그룹의 계열사 매각으로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태영그룹의 윤세영 회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를 위해 계열사 매각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계열사는 몸값이 조 단위급인 회사부터 대규모 골프장 자산을 보유한 알짜 회사 등이 있다. M&A 주관서 선정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선정 관건은 시장에서 제값을 받는 데 있다.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기 든 태영그룹, 계열사 지분 매각
워크아웃 전 계열사 매각대금 미투입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 온 태영그룹이 결국 금융당국과 채권단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채권단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저희가 해야 할 자구 노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라며 "부족할 경우에는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태영그룹은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어기고 매각 대금 중 890억원을 티와이홀딩스 연대 채무 상환에 사용, 지탄을 받았다. 태영건설 협력업체 공사대금과 현장 운영자금으로는 659억원만 투입했다. 태영그룹이 그룹사 전체가 직면한 위기 상황에서조차 국가 지원에만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정부가 직접 나서 우려를 표하며 압박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8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어 "(태영그룹이)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 견해를 같이 했다"라고 밝혔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태영그룹 핵심 계열사의 몸값은
태영그룹은 정부까지 나서자 채권단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현재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의 요구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1549억원 전액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또는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이다. 여기에 윤 창업회장 등이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도 매각 대상이 됐다. 앞서 연초 M&A 시장 전망에서 태영그룹 계열사 매각이 2024년 내 이뤄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맞아떨어졌다. 이에 따라 M&A업계에선 연초부터 열린 대규모 딜마켓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에코비트종합기술연구소 조감도 (사진=에코비트)
현재 가장 화두가 되는 매물은 연 2000억원의 현금을 창출하는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다. 에코비트는 현재 티와이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지분을 50 대 50으로 보유하고 있다.
앞서 티와이홀딩스는 지난해 1월 KKR로부터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또한 양사는 티와이홀딩스의 재무 위험으로 디폴트 발생 시 에코비트 지분을 몰취할 수 있는 조항을 담은 주주 간 계약을 맺기도 했다. 매각하려면 KKR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KKR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에코프로 매각은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시장에선 최대 3조원까지 추정되는 에코비트를 제 값에 팔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7홀 규모 골프장 용인CC 등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있는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지분 매각 건도 관심사다. 지난해 3분기 말 블루원의 연결기준 유형자산 및 사용권 자산은 5269억원에 달한다. 용인CC(27홀)와 상주골프리조트(18홀), 다이너스CC(27홀) 등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업계에서는 블루원이 보유한 골프장 전체 매각가만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알짜 자산으로 꼽히는 용인CC의 경우 27홀 규모의 대규모 용지와 수도권에 위치한 점을 감안하면 용인CC만으로도 매각 시 최대 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시장은 점치고 있다.
주관사 선정, 제값 받기에 달렸다
유동성 위기에 의한 매각인 만큼 해당 M&A에서 주관사로서의 능력은 매각 대상을 얼마나 제값에 팔 수 있느냐에 달렸다.
유력 후보로는 KB증권이 꼽힌다. 지난해 고금리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SK(034730)그룹 계열사 SK쉴더스의 2조원대 인수금융을 주관했다. 2023년 당시 국내 인수금융 시장이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KB증권은 국내 증권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단독 주관, 시장에서 화제를 낳았다.
당시 SK쉴더스 최대주주였던 SK스퀘어는 특수목적회사(SPC)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KSH) 지분 63.13% 중 28.82%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에 매각했다. KSH는 SK스퀘어가 가지고 있는 SK쉴더스 주식을 포괄 이전해 설립하는 회사다.
이와 함께 EQT는 SK쉴더스 2대 주주인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의 지분 36.9% 전량을 사들이고 추후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확보했다. 거래 후 EQT의 지분율은 68%가 됐다. KB증권은 해당 거래에서 대주단을 구성, 2조원 규모의 인수금융 대출에 성공했다. 고금리 상황에서의 조 단위급 거래인 만큼 불안정성을 최소화한 전략이었다.
아직 딜 자체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2023년 M&A 시장 최대 화두였던
HMM(011200)의 매각 주관사로 선정돼 M&A 명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1월 현재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며 주주 간 계약 체결, 기업결합심사, 하림의 자금조달까지 남아 있다. 업계에선 이르면 올 상반기 내 매각이 마무리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조건이 까다로운 딜을 맡아온 만큼 주관사로서의 검증된 역량이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아직 구체적인 매각 방법과 조건이 나오지 않아 신중한 분위기다. 주관사 없이 딜이 진행될 수도 있고 금융 상황이 변동 또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아직까지는 조심스럽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매물로 거론되는 에코비트와 블루원의 경우 관련 매각 일정과 방식 등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며 "다만 매각 방식이 KKR인수 방식이나 따로 주관사 없이 진행 될 가능성도 있고 조건에 따른 딜의 가치도 달라지기에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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