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전면시행을 앞두고 유예기간 중인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원청 대기업의 사내하청 또는 사외 협력사 중에도 50인 미만 기업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원청 대기업 중 발주사의 상시 근로자 수를 50인 밑으로 줄여 법을 회피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 또는 사업장, 5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한 유예기간이 종료됩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2년 추가 유예하는 개정안이 올랐으나 무산됐습니다. 정부가 전면시행까지 재차 신속입법 처리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경제계는 50인 미만 중소기업 다수가 법 전면 적용에 대해 무방비 상태라고 주장합니다. 법 준수사항이 방대하고 안전인력 확보 등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입니다. 비용 문제는 유예를 하더라도 쉽게 해결하기 어렵지만, 정부는 추가 유예를 요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국회를 설득 중입니다.
반면 노동계는 안전이나 생명이 달린 문제에 법인 규모의 차이를 두는 것은 사실상 안전에 차별을 두는 것이라며 추가 유예가 없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입니다.
중소기업의 준비 미흡을 꼽지만 대기업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습니다. 한 대기업 노무 전문가는 “공장 규모에 따라 사내하청도, 사외 협력사도 50인 미만 사업장이 상당 부분 있다”며 “기본적으로 법은 원하청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함께 지우고 있어서 50인 미만 기업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중대재해 사고 유형을 보면, 2021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2명이 사망한 사건의 원청은 대기업이었습니다. 같은해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사업장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근로자 수는 47명이었습니다. 2022년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망자 사고가 몇몇 눈에 띕니다.
유예 조항으로 규제를 피하는 사례도 문제시 됩니다. 원청에서 일부러 고용인력을 50인 미만으로 맞추거나 사업장을 쪼개는 식의 편법이 발견된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전면시행 후에도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법률 한계를 꼬집습니다. 일례로 도급인 소속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이면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5명 이상이라 법 적용을 받더라도 도급인은 면제됩니다. 건설업의 시행사 중 페이퍼컴퍼니가 적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중대재해처벌법 회피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누적 기준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망사고 건수는 전체 사망사고 건수의 58%(449건 중 261건)를 차지했습니다. 또 5인 이상 50인미만 사업장의 사망자 수는 557명으로 전체(1494명)의 37.2%나 됐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법적용 사업장이 4만3000개에서 75만6000개로 17배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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