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최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24주, 서울의 경우 33주 연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사철 성수기가 아닌 1월 비수기에 전세값 상승이 도드라진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처럼 비수기 전세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실제 전세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비수기 전세가 상승…실제 수요 증가가 원인
지난해 큰 이슈였던 다세대주택 전세사기 여파와 부동산 시장 불황에 따른 매매시장 하락 전망 등이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전세시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금리 여파에 전세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최근 주춤한 상황입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전세수요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도 관측됩니다. 부동산 데이터업체 아실 등에 따르면 8일 기준 광주광역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의 전세 매물이 보름 전보다 감소했습니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중 21개 자치구의 아파트 전세 매물이 줄고 있습니다.
현재 아파트 전세가 상승은 부동산 불황에 따른 매매시장 하락세, 비아파트 기피 현상,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 등이 겹치면서 주택 실소유자들이 전세 매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천안·아산 등 충청지역 갭투자 성행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세값이 오르고 자연스럽게 전세가율도 상승 추세입니다. 전세가율이 오르면서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갭)가 줄어 한동안 잠잠했던 갭투자 문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갭투자는 2~3년 전과는 다른 형태입니다. 부동산 호황기의 갭투자는 시세가 오른다는 전제하에 서울 변두리 지역과 수도권 등에서 주택 유형을 가리지 않고 갭투자가 이뤄졌습니다. 한편 최근 늘고 있는 갭투자는 애초에 갭의 절대값이 작은 충남 천안과 아산 지역 신도시에서 성행한다는 것이 차이입니다.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자료 등에 따르면 충남 아산시에서는 최근 3개월 동안 31건의 갭투자가 진행됐습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어 인천 서구, 천안시 서북구(각각 29건) 순이었습니다.
이 지역 갭투자의 특징은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1000만원도 안된다는 겁니다. 일부 단지에서는 세입자가 내는 전세금으로만 아파트 매입이 가능한 '무자본 갭투자'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천안의 한 아파트는 전용 59㎡형이 지난해 11월 말에 1억5000만원에 매매된 뒤 약 보름 뒤에 1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충남 아산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아산과 천안의 경우 수도권 대비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며 "때문에 충청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외지인들의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직주근접 신도시 중심 갭투자 증가
갭투자는 아무리 갭이 작아도 전체 시장의 상승이 있어야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요즘 같은 불황기에 갭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아산 탕정처럼 해당 지역이 직주근접 도심으로 개발됐기 때문입니다. 해당 지역에선 투자수요 외에 내 집 마련 목적의 실수요자들도 직주근접을 위해 투자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갭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좋은 환경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직된 시장 환경이나 끝나지 않은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인해 전세가율 높은 주택에 대한 전세수요는 예전만 못한 편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전세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갭투자가 활성화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차익을 보고 투자하겠다는 심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섣부른 갭투자는 위험합니다. 전문가들은 갭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최근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충청권 등 급등주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생활반경 내에서 투자할 만한 매물이 있는지 직접 탐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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