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차기 회장 인선에 돌입한 DGB금융지주가 후보 선정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김태오 현 DGB금융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내부 출신 인사가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는데요. 금융당국은 외부 인사에게도 회장 인선에서 공정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차기 구도가 복잡해졌습니다. 연임을 포기한 현직 회장이 내부 출신을 후방 지원한다는 지적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DGB금융 회장 인선 안갯속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태오 회장이 용퇴 의사를 밝혔지만 회장 인선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금융당국도 내부 출신 인사에 후보군이 쏠려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회장 후보군 선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당국이 (DGB금융 차기 회장에) 내부 출신이든 외부출신이든 특정해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당연히 프리미엄이 있는 내부 출신 인사로 회장 후보군을 꾸린다는 것은 최근 내놓은 지배구조 모범규준과는 어긋난다"고 말했습니다.
회장 후보군이 현직 회장을 비롯해 내부 출신으로만 구성된 후보군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인데요. DGB금융 입장에서는 양적이나 질적으로 후보군 구성을 다양화 하고, 외부 출신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김태오 DGB 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0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캄보디아 로비자금 교부 혐의'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무죄를 선고받은 김 회장은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끝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김태오 현 회장의 임기가 오는 오는 3월 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후보군 선정이 다소 늦은 편인데요.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해 말까지 롱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예정과 달리 확정 시기가 지금까지 미뤄진 상황입니다. 1월 중순인 현 시점에도 내외부 후보군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회장 선출이 지체되고 있는 것은 김 회장이 최근까지 거취를 밝히지 않은 영향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당초 지난해 12월 1차 후보군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김 회장이 선고를 앞두고 있어서 다소 지체된 측면이 있는데요.
김 회장이 지난 10일 '국제거래상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가 내려진 이후 용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김 회장은 DGB내부규범상 나이 제한(만 67세)에 걸려 재연임에 도전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재연임을 노리고 내부규범을 개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DGB금융이 내부적으로 정관 개정을 하려는 움직임이 실제로 있었던 만큼 무죄 선고 이후에도 김태오 회장의 연임 추진에 대한 의심스럽게 보고 있었다"며 "당국 방침과 척을 지지 않으면서 본인 명예도 지키는 선에서 임기 만료 전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DGB금융이 현재 회장 연임이 가능하도록 (연령 제한을) 바꾼다는 것은 '축구를 시작했는데 중간에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 바 있습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지난해 7월6일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시중은행 전환 관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DGB금융지주)
현직 회장 후방지원 논란
김태오 현 회장이 차기 회장레이스에 불참하면서 내부 출신 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회장 후보 추천 기준을 '20년 이상 금융기관 종사자'로 제한하고 있어 관료 출신의 인사장벽도 높아진 상태입니다.
차기 DGB금융 회장 후보군으로는 황병우 대구은행장과 김경룡 전 DGB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 임성훈 전 DGB대구은행장, 박명흠 전 DGB대구은행장 직무대행 등 주로 내부 출신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외부 출신 인사들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지역 경제계에서는 DGB금융 출신 인사가 차기 회장에 선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부 출신 중에서는 황병우 행장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요. 황 행장을 위협할 후보는 당장 눈에 띄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황 행장은 대구 토박이로 대구은행에서만 25년 근무했습니다. 1967년생으로 경북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대구은행에 입행했는데요. 이후 경영컨설팅센터장과 미래기획총괄, 지속가능경영총괄을 거친 뒤 올해 DGB금융 최고경영자(CEO) 육성 프로그램에 따라 대구은행장에 선임됐습니다.
다만 김 회장의 용퇴에도 불구하고 내부 출신을 후방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김태오 회장은 "DGB금융 경영을 맡은 뒤 'CEO 승계 프로그램'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밝힐 정도로 내부 출신 인사에 대한 응원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새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외부 출신 후보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국 '짬짜미' 회장 인선 제동
금융당국이 외부 인사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점은 변수입니다. 금감원이 지난달 제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30가지 모범관행'과 이복현 원장의 발언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원장은 DGB지주의 회장 선임과 관련해 "현 회장이나 행장 등 유리한 지위의 사람들의 들러리를 (외부 후보자가) 서는 형태는 적절치 않고 DGB 측에서도 잘 이해하고 있어 사외 후보군 물색을 반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황 행장을 비롯한 내부 출신 인사에 후보군이 쏠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외부 후보로는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과 김도진 전 I기업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전 행장은 경북 성주 출생으로 대구 달성고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2018년 DG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숏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김 전 행장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대구 대륜고와 단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는데요. 현재 거론되는 외부 후보들은 대구 출신 금융인이라는 점 외에 DGB금융과 접점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당초 금융당국과 소통할 수 있는 고위 관료 출신이 DGB금융 회장으로 선출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회장 자격 기준에 맞출 수 있는 인물은 전무합니다.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후보 자격 요건을 정하면서 기존 '금융권 20년 이상 종사자' 조항을 '금융기관 20년 이상 종사자'로 변경했습니다.
금융기관의 정의는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금융 및 보험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를 기준으로 하는데요. 이 기준을 적용하면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은 금융기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이 회장 후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회장 자격 기준에 막히면서 롱리스트에서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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