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포스코 안팎에서 'KT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전원이 '호화 해외 출장' 논란으로 경찰에 입건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인데요. 재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의도적인 후추위 흔들기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습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직접 나서 수사할 예정입니다. 앞서 수서경찰서는 최정우 회장과 사내·외 이사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 또는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는데요. 지난해 8월 6∼12일 캐나다에서 열린 해외 이사회에 이들이 참여했고 총 7억원가량의 비용이 들었는데, 비용 출처에 불법성이 있다는 고발이 접수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 본사 사옥.(사진=연합뉴스)
이번에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첩해 최 회장 등 피고발인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일선 경찰서가 담당하기 어렵고 복잡한 주요 또는 대형 경제·금융 사건의 수사를 전담하는 조직입니다.
포스코 후추위 사외이사들의 입건으로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특히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이 KT회장 선출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앞서 KT의 경우 'KT 일감 몰아주기' 관련, 검찰 수사와 여권 압박 등으로 구현모 KT 전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바 있습니다. 이후 KT 사외이사들도 줄줄이 사퇴하고 새 이사진을 구성해 후임 CEO를 선출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인 포스코 회장 선임도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옵니다. 앞서 후추위가 내·외부 후보 22명을 추렸다고 발표한 후 호화 해외 이사회 사태가 언론에 불거졌단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문제는 8월에 일부 알려졌는데, 회장 선출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은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호화 이사회 의혹으로 후추위원들이 자리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후추위는 2월까지 '파이널 리스트'로 최종 후보 1명을 확정, 3월 이사회 및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의혹으로 회장 선임부터 조직 구성을 재정비한다면 8개월간 수장 공백을 겪었던 KT 사태가 재연될 여지가 있다는 전망입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은 당연히 지양돼야 하지만, 사업 이해도 차원에서 해외 출장을 가거나 의전을 받는 게 일반적인데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이를 빌미로 정부나 정권이 민간기업의 인사권에 개입해선 안 될 일"이라고 했습니다.
연장선에서 경찰 수사가 현재 후추위 구성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사외이사 7명 가운데 4명은 현직 대학교수인데요.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후추위원으로서의 적격성 등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국민연금공단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로 후추위를 직격한 적도 있습니다.
회장 선출을 앞둔 상황에서 호화 이사회 논란으로 후추위의 도덕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CEO 후추위는 지난 12일 업무상 배임 의혹과 관련해 한밤에 입장문을 내고 "작년 8월 캐나다에서 개최된 포스코홀딩스 해외 이사회 중에 비용이 과다하게 사용됐다는 최근 언론의 문제 제기와 관련해 심심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비판하는 취지를 겸허하게 수용해 앞으로 더욱 신중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포스코 그룹의 새 회장 선출을 위한 엄정한 심사 작업을 진행하는 중요한 시기에 후보추천위원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CEO후추위는 "박희재 위원장은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끌고 나갈 새 회장을 선출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모든 후추위 위원들과 함께 더욱 자중하며 낮은 자세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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