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세수 펑크' 주범인 법인세 수입이 8월 중간예납 기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반전은 없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 실적 호조로 세수 반전을 점쳤으나 직전 사업연도 기업실적 감소가 영향을 줬기 때문입니다.
특히 1∼8월 누계 국세수입의 예산 대비 진도율은 63.2%에 그치는 데다, 작년 이어 30조원의 대규모 세수결손을 예고하고 있어 정부 경제운용 미흡과 자질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30일 기획재정부의 '8월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지난달 국세 수입은 23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6000억원(2.6%) 덜 걷혔습니다.
30일 기획재정부의 '8월 국세수입 현황'을 보면 1~8월 법인세는 45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조8000억원(26.9%) 줄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전 없는 법인세 중간 예납
특히 법인세 중간 예납은 전년 대비 1조3000억원 감소했습니다.
통상 기업들은 경기가 호조일 때 전년도 납부한 법인세의 절반을 내고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올해 상반기 가결산 세금을 미리 납부하는 중간예납을 택합니다. 삼성전자·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영업적자로 0원을 신고하면서 상반기 가결산의 중간예납이 예고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실적이 좋지 않았던 전년도에 법인세의 절반을 납부하면서 8월 중간예납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1조3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법인세 외에 소득세는 8조9000억원으로 2000억원(2.7%) 줄었습니다. 부가가치세는 국내분 환급세액 감소와 수입증가에 따른 수입분 납부 증가로 전년보다 9000억원 늘었습니다. 상속·증여세는 5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아울러 8월까지 세수 진도율은 지난해 최저(60.3%)를 기록한 이후 올 1월부터 8월까지도 63.2%에 그치고 있습니다. 1~8월 누적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9조4000억원(3.9%) 감소한 232조2000억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중 법인세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8월 법인세는 45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조8000억원(26.9%) 줄었습니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실의 '연도별 세목별 세수 현황'을 보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감세 이후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9.6% 속도로 증가했으나 법인세는 4.9% 증가에 그쳤다. (출처=안도걸 민주당 의원실)
문제는 지난 15년간 소득세가 연평균 9.6% 증가할 동안 법인세는 4.9% 상승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직장인만 '유리지갑'으로 떠받치는 등 세 부담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안도걸 민주당의원실이 분석한 '연도별 세목별 세수 현황'을 보면, 지난해 결산 기준 근로소득세는 59조1000억원으로 이명박(MB) 정부인 2008년(15조6000억원)과 비교해 3배에 육박하는 등 289% 급증했습니다.
2016년에는 30조원을 넘어선 이후 6년 만인 2022년 60조원을 넘어선 바 있습니다. 정부 통계로는 지난해 근로소득세가 59조1442억원으로 집계되나 국세청이 징수한 근로소득세는 62조720억원 규모입니다.
2조9278억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가 국세청이 징수한 근로소득세에서 직장인에게 지급한 근로·자녀장려금 지급액만큼 차감해 근로소득세를 집계하기 때문입니다.
차감한 근로·자녀장려금을 포함하면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9.6%씩 증가했다는 게 안도걸 의원의 설명입니다. 2008~2023년 기간 동안 국세 증가율(연평균 4.9%)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법인세 증가의 경우 39조2000억원에서 80조40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기업소득은 297조원에서 667조원으로 125% 증가했지만 2배 늘어난데 불과합니다.
더욱이 기업소득은 연평균 5.6% 속도로 증가할 동안 법인세는 4.9% 증가에 그치고 있습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을 제외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인 2008~2017년 기간 기업소득은 연평균 6.9% 증가한 반면 법인세는 4.5% 증가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올해 법인세는 전년 실적보다 15조원 이상 줄고 근로소득세는 3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국세 대비 법인세 비중이 18.4%로 급감하고 근로소득세 비중은 18.9%까지 상승한다는 분석입니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최근 가계의 소득 증가에 견줘 소득세가 너무 가파르게 오른 측면이 있다. 정작 과세 속도에 브레이크가 필요한 이들은 대기업이 아니라 직장인과 자영업자"라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프랑스, 대기업 법인세 인상 '만지작'
재정적자 위기에 처한 프랑스의 경우는 초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해 증세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대기업 법인세의 한시적 인상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연간 매출액이 10억 유로(1조4600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내년도 예산안에 8.5%포인트 법인세를 인상하는 방안이라는 게 외신의 설명입니다. 지난해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5%에 달하는 프랑스는 유럽연합(EU)의 규정 수준인 3%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프랑스의 법인세 인상 구상대로라면 2025년 80억 유로(11조7000억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 분석을 보면 명목상 가장 높은 법인세율을 적용받는 상위 5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2023년 신고 기업)은 세금 공제·감면 혜택이 집중된 중소기업(14.0%)보다 낮은 13.9%에 그쳤습니다.
한편, 지난달 26일 정부의 세수 재추계 결과를 보면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세입예산(367조3000억)보다 29조6000억원(8.1%)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측은 "세수 결손 근본 원인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양도세 등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다. 물가폭등과 일자리·경제위기로 노동자 서민 자영업자의 위기가 극심하다"며 "해법은 명확하지만 이를 실현할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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