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트럼프 포비아’에 빠졌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우위에 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리와 환율이 거꾸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그의 상징과도 같았던 ‘강달러’와 ‘감세’의 공포가 반영된 것입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역진이 계속될지는 의문입니다. 트럼프가 조성하는 무역 갈등은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금리와 환율 상승 역시 선반영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10월 들어 강한 반전
25일 서울외국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달러당 1385원을 넘어섰습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에 하락 전환한 뒤 1380원마저 깬 7월 말일 이후 처음입니다. 지난 8월과 9월 두 달 동안엔 뚜렷한 약세를 보이며 9월27일 1310.10원까지 하락했으나 10월 첫날부터 강하게 반등하며 쉼 없이 올랐습니다.
하루아침에 외환시장이 얼굴색을 바꾼 것은 미국에서 불어온 찬바람 때문입니다. 지난 7월부터 꾸준히 하락하던 미국채 금리가 이달 1일(이하 현지시간) 강한 반등을 시작한 후 단기간 내 상승폭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미국채 10년물은 9월16일 3.63%까지 하락했다가 2주간 조정 후 10월에 들어서면서 강한 반등을 보였습니다. 10월 첫째 주말을 넘기며 다시 4% 선을 돌파했고 23일엔 4.24%까지 올라선 상태입니다.
장기물만 뛴 것이 아닙니다. 팬데믹 시기 더 크게 올랐던 단기국채의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로 인한 낙폭이 상당했으나 이번에 똑같이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미국채 2년물도 8월30일 연고점 5.04%에서 9월24일 3.49%까지 크게 내려앉았다가 23일 4.07%까지 올라선 상황입니다.
같은 시기 미국 달러인덱스도 미국채 금리 흐름과 흡사합니다. 100.38로 바닥을 찍고 104.43으로 상승했습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대선 경합주인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 덜루스의 가스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감세 공약 등 국채금리 밀어 올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트럼프’를 지목합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서 과거 트럼프 정부가 내세웠던 정책과 당시의 경제 상황에 맞춰 금융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G2 경쟁국 중국은 물론 우방과도 갈등을 빚었습니다. 무역전쟁을 불사했고 그 과정에서 자국의 수출 증대와 미국 내 투자를 유도했습니다.
이번에도 그의 정책엔 금리에 부담을 주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트럼프 후보는 법인세 인하 공약을 내걸었는데요. 현행 21% 세율을 15%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기업의 세금을 줄여주면 기업들의 이익은 그만큼 증가해 주가를 올리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반면 세수는 감소합니다. 정부의 지출은 크게 줄일 수 없기 때문에 감소한 세수 공백을 국채 발행으로 메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할 경우 국채가격은 하락하고 국채금리는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그 사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매출을 키우면 낮은 세율로도 세수가 증가하는 결과를 낼 수 있으나, 이는 글로벌 경제 상황과도 맞물려 있어 장담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지난 한 달간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변한 것은 이를 우려해 금융시장이 먼저 반응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한국에선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우려를 더욱 키운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과거 트럼프 당선 후 하락
하지만 금리 반등과 원달러환율 상승이 선반영이라면, 그 폭이 적정했는지 추세가 이어질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특히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임기를 시작했던 2017년 당시의 금융시장 흐름을 참고하면 방향 전환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미국에서 45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2016년 11월8일에 치러졌습니다. 이날은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로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공식 대선은 12월19일이었지만 이미 11월8일 결과로 대통령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의 임기는 2017년 1월20일부터 2021년 1월20일까지 4년이었습니다.
당시 달러인덱스의 양상은 지금 예상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달러인덱스도 대선을 코앞에 둔 10월부터 3개월 연속 크게 상승, 12월엔 102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임기가 시작된 1월엔 104.08로 고점을 찍더니 하락 반전합니다. 2018년 1월 88.25로 저점을 찍기까지 내리막길이었습니다. 즉 임기 초기엔 약달러였던 겁니다. 이때부터 다시 반등해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기 전인 2019년 말엽 100선을 회복했지만 달러의 몸값이 지금처럼 높지는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결과 미국 경제가 회복해 강달러가 나타났으나 1년여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미국채(10년물) 금리의 경우 2%대에서 오르내리다가 2018년엔 3%대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2019년부터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당시 금융시장의 흐름을 참고할 경우 트럼프 후보가 재선하더라도 지금의 고금리, 고환율 추세가 계속될 거라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반전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 변화보다는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물가지표와 고용지표, 그리고 연준의 입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1월8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그 사이 ‘빅컷’ 전망에 대한 예측과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이 중요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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