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여 만에 통신사를 바꿨습니다. 10년 넘게 한 통신사를 사용했고, 약정기간이 끝난 후에도 몇 년째 요금제를 유지해왔는데요. 얼마 전 아주 단순한 이유로 통신사를 옮겼습니다.
SK텔레콤에서 선보인 통화 녹음 기능 때문입니다.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에겐 당연히 제공됐던 기능이지만 아이폰 사용자들은 통화 녹음이 안되는 아이폰(애플)의 정책이 항상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일상적 통화는 큰 불편함이 없더라도 업무상 녹음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죠. SK텔레콤은 지난 10월부터 에이닷(A.)이라는 인공지능(AI) 개인비서 서비스를 통해서 아이폰 사용자에게 통화녹음 및 요약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편리함은 10년 넘게 '귀찮다'는 이유로 그대로 있었던 장기 고객을 움직이게 했습니다. 매일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또 그 내용을 기록, 정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녹음 기능이 정말 편리했거든요. '이런 게 기술의 편리함이구나'를 느꼈습니다. 기기약정 기간도 수 년 전에 끝났고, 사용 기간을 약정할 경우 적용되는 요금 할인도 한 번 했고요. 자급제기기를 쓰면서부터는 약정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통신비는 기본으로 나가는 생활비요, 어차피 데이터를 편히 쓰려면 이 정도는 내야한다는 생각에 뭘 바꿔야겠다는 시도도 하지 않았는데 며칠 만에 마음을 바꾼 것입니다.
사실 얼마 전 제 핸드폰이 고장났고, 보험 서비스로 새 기기를 받는 동안 안드로이드 공기계를 사용하면서 녹음 기능을 쓰게 됐던 것인데요. 수년째 아이폰을 (불편하게)쓰면서도 녹음을 위해 핸드폰을 바꿀 생각은 안했는데, 막상 써보니 이제는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K텔레콤의 에이닷은 출시 후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었고,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에서도 이 기능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힐 만큼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반대로 KT와 LG유플러스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서비스를 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요.
통신업계의 경쟁력 활성화를 위해 제4통신이 있어야 한다, 알뜰폰을 강화해야 한다 말들이 많지만.. 이미 상향평준화된 통신 서비스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을 콕 찝어내는 것이 진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 아닐까요.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 대리점의 간판에 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로고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